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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핑크빛으로 반짝반짝, 유이의 세상=d 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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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의 분위기는 전쟁터였다. 클래스메이트들은 평소에 조용하기 짝이 없던 시진의 존재감을 이기회에 확실히 느끼고 있었다. 시도와 대치하고 있는 시진의 싸늘한 위압감은 교탁 앞에 선 선생님도 무시하지 못할 정도였다. 저기.. 무슨 일 있었니? 아직 교사일을 시작한지 얼마 안되는 여선생이 조심스럽게 물었지만 반장인 시도가 생긋 웃으며 아뇨 아무 일도 없었어요 라고 대답하자 곧 기가 죽어 수업을 시작했다.
따분한 시간이었다. 시진은 칠판을 노려보고 있던 - 사실 교탁 바로 앞에 앉은 시도를 노려보고 있던 - 시선을 돌려 창밖을 쳐다본다. 이제 만연한 봄이다. 넓은 운동장을 넘으면 초록색이라기엔 너무 옅은 연두색의 산그늘이 펼쳐져있다.
생각해보면 싸움의 발단은 별게 아니었다. 시진이 일요일 오후 산책 나간 공원에서 누가 버린 새끼 고양이를 발견했고, 불쌍한 마음에 집으로 데려왔었다. 동물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시도가 안된다고 단언한 것은 별 수 없는 일이었다. 시진이애초에 단념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시진은 괜한 오기로 시도에게 반항하고, 고양이에게 '여왕'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하지만 새끼 고양이는 시진이 혼자 돌보기엔 호기심도 왕성했고 무엇보다 너무 연약했다. 시진의 방에서 고양이를 돌보기 시작한 지 이틀만에 고양이는 고열이 났다. 얼음처럼 굳어버린 시진대신에 시도가 동물병원까지 여왕을 데리고 뛰어갔고, 동물병원에서 알맞은 입양처를 찾아달라고 부탁한 뒤 시도는 홀로 돌아왔다.
내 잘못이야. 하루를 꼬박 화난 얼굴로 시도의 사과도 무시하고 있던 시진이 새파란 하늘을 본다. 오늘따라 구름도 없다. 수업이 끝나면 사과해야겠다.
Posted by 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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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퀘스트의 후일담

설레임 / 2009. 12. 28. 21:55
시진은 잠에서 깨자마자 이불과 베개를 끌어안아 중무장을 한다음 시도의 방으로 침입을 감행했다. 새벽 다섯시, 이른 시간이다. 시도는 물론 아직 자고 있었다. 1인용의 침대에 빠듯하게 몸을 구긴 다음 시진은 제 이불과 베개를 언제 그렇게 소중히 안고 들어왔냐는 듯이 팽개쳐버리고 시도의 품 안으로 기어들었다. 시도는 잠결에도 그런 시진을 위해 등을 고양이마냥 둥글게 말고 시진을 폭 안았다.
시도의 일정한 심박수를 들으며 시진은 기분나쁜 꿈을 떨쳐내려 더더욱 시도의 푸근한 냄새에 코를 비볐다. 어쩌면 시도는 냄새마저 이렇게 달큰할까. 온몸에 돋았던 소름이 서서히 가라앉는것을 느낀다. 시도가 좋은 꿈이라도 꾸는지 피식 웃음이 새는 소리가 들린다. 하지만 시진은 다시 잠들지 못하고 시도의 체온과 체향을 느끼며 말똥말똥 눈을 뜨고 있었다.

"우음…."

시도가 깬건 한참 뒤였다.

"언제 왔어? 밤에?"
"아침에."

지금이 아침인데. 가벼운 태클을 걸면서 시도가 부은 눈을 끔벅이며 웃는다. 사람좋은 미소에 태클을 받았는데도 기분이 나쁘지 않다. 일말의 불안도 시도가 일어나서 웃어주는 순간 날아간다.

"나쁜 꿈을 꿨어."
"그래?"

여기저기 뻗친 머리를 정리해주고는 침대에서 먼저 빠져나가 기지개를 쭉 편다.

"난 좋은 꿈 꿨는데."

기지개가 끝난 시도가 다시 시진을 돌아보며 싱긋 웃는다. 시진도 같이 웃어준다. 나가자, 이제 씻어야지. 같이? 응 같이. 시도가 시진의 엉덩이를 툭툭 치며 재촉했다. 언제나처럼 다정하다. 시진은 이제 나쁜 꿈은 잊어버리고 시도에게 맞은 엉덩이를 아프지는 않았지만 엄살을 떨며 손으로 문지른다.
시도가 문고리를 돌리다 말고 시진에게 물었다.

"참, 꿈에서 무슨 소설 쓴거야?"





-

리퀘스트받은거지만 내새끼 힘든 꼴은 못보니까여ㅋㅋㅋ 아 근데 이것도 결말이 그닥 좋지는 않나. 어쨌건 쌍둥이에게 제일 중요한건 서로니까. 얀데레도 좋지만 얀데레물은 아롱아롱아로니 쓰면 되니까...ㅋ
이렇게 순식간에 그냥 써내리면 이정도는 써지는데 장편이 무리로군요ㅠㅠ
Posted by 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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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워- 라고 중얼거리며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쓴 시진은, 다시 잠 와- 하고 투덜거렸다. 시도는 시진이 깔고 누운 전기장판의 온도를 확인한다. 저온. 춥다고 투덜거리지만, 전기장판의 온도를 올리면 이번엔 덥다고 화를 낼 게 분명하다. 시진은 그냥 습관처럼 시도에게 투덜거리고 있는 거지, 정말로 추운 건 아닐 테니까. 이불 속에 시도가 손을 쑥 집어넣는다. 따끈따끈하다.

"잘래."

눈만 빼꼼 내민 시진이 나른하게 말한다. 시도가 시진의 누운 머리를 단정하게 정리시켜준다.

"안 돼. 30분 뒤면 새해야."

시진이 눈을 감는다. 시진의 부시시했던 머리가 누운 채로도 흐트러짐없이 단정해졌는데, 시도는 여전히 시진의 머리카락을 매만진다. 시진은 시도의 손이 따뜻하다고 생각한다.

"자면 안 돼. 책이라도 읽을래?"

눈을 감은 시진이 행여나 잠들까 시도가 소근소근 깨운다. 시진은 귀찮아하며 다시 이불로 얼굴을 다 가린다.

"불 키면 어머니 깨셔. 바보야."

오늘은 용케 집에 돌아와계신 어머니와 2008년 마지막 저녁을 먹고 나서 아홉시가 넘자, 시진과 시도는 얼른 자라며 방에 들여보내졌다. 어머니는 집에 있을 때만이라도 시진과 시도에게 규칙적인 생활습관을 갖도록 종용한다. 물론 시도는 자는 체 하다가 열시가 넘자 조심스럽게 시진의 방으로 숨어들었다. 한 해의 마지막, 그리고 또 한 해의 시작을 혼자 자면서 맞이할 수는 없지. 그리고 시진은 침대 위에 가지런히 앉아서 시도를 기다리고 있었다. 시진의 생각도 마찬가지였나보다. 그리고 시도가 오자마자 자기는 잘거라면서 투덜거림을 시작했다.

"자지 말라니까… 에잇!"

머리맡에서 시진을 지키듯이 앉아있던 시도가 장난스럽게 웃으면서 이불을 파고들었다. 시진이 깜짝 놀라서 몸을 꿈틀거렸지만 시도가 재빨리 시진의 허리를 붙들었다.

"안되지, 큰 소리 내면. 어머니 깨시잖아."
"..끄응."

시진은 다시 얌전하게 모로 눕는다. 시도도 1인용 침대에 아슬아슬하게 붙어서 눕는다. 잠시동안 두 사람의 숨소리만이 조용하게 들린다.

"시진아."

시도가 부드럽게 부른다.

"왜."

시진이 자다 깬 목소리로 대답한다.

"2009년이야."

시도가 몸을 돌려 시진의 등을 끌어안는다. 시진은 푸우- 하고 숨을 크게 뱉는다. 그리고 시도 대신 이어 말한다.

"올 해도 너와 함께네."

그 때 침대의 밑에서 휴대폰이 부르르 진동한다. 시도는 재빨리 그 휴대폰을 낚아챘다. 시진은 말을 하자마자 잠든건지 꼼짝도 얺는다. 시도가 휴대폰 액정을 빤히 본다. 2009년도 잘부탁해! 현호. 시도는 묵묵히 문자를 지워버린다. 다시 휴대폰을 침대 밑에 내려놓고, 시도는 시진에게 달라붙는다.

"잘 자."

Posted by 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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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련회 프롤로그

설레임 / 2008. 12. 26. 21:05


시간이 어지간히도 흐르지 않는 이쪽 세계에도 수련회의 계절은 찾아왔다. 작렬하는 태양, 길어진 낮. 그래서 시진이는 여름을 좋아한다. 오늘도, 지정석이 된 창가에서 햇빛을 온 몸으로 받아내며 늘어져 있었다. 앞에서 종이 한 장이 건네졌지만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시진이는 요즘 쓰고 있는 소설의 문장이 막혀서, 어떻게 풀어낼까 고민하느라 평소보다 더더욱 주위에 관심이 없었다.

"시진아!"

현호가 종례 시간이 끝나자마자 복도 끝에서 끝까지 쏜살같이 달려와 시진의 가방을 챙기고 헤벌쭉 웃는다. 그제야 시진은 저 먼 구름 위에서 시선을 떼고 느릿느릿 일어선다. 시진이의 여유로운 동작을 넋 놓고 바라보던 현호는 그런 자신을 자각하고 깜짝 놀라선 부러 입술을 꾸욱 문다.

"뭐 하냐? 가자."
"아, 인생의 고단함과 미학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어. 역시 산다는 건 말야…"

과장되게 손을 휘두르는 현호를 쳐다도 보지 않고 시진이 나가버렸다. 그러자 현호도 행여나 시진을 놓칠까봐 후다닥 뛰어나간다.
복도까진 한가롭게 걸음을 옮기던 시진이 학교를 나오고부턴 조금 빨라졌다. 더운 것은 시진도 싫다. 여름이 좋다는 건, 에어컨이 빵빵하다는 전제가 따라붙을 때 뿐이다. 집까지는 도보로 10여분 남짓이지만 학교 부지가 넓어 학교를 빠져나가는 시간이 너무 든다. 그래서 현호는 물론 기분이 좋다.

"시진아, 오늘 학교는 어땠어? 수업은 재밌었어?"
"별로."
"역시! 학교 수업은 쓸모없지. 위선만이 가득차 있을 뿐이야. 흥."

거들먹거리며 걷는 현호를 시진이 흘낏 쳐다본다. 현호는 자신이 멋있어보이는 거라고 생각해서 어깨를 더욱 크게 젖힌다. 그러느라 잠시 침묵이 흘렀지만 현호는 시진과의 즐거운 데이트 시간을 허투로 보낼 수 없다. 재빨리 다음 질문을 던진다.

"수련회 종이 받았지? 갈 거야?"
"수련회?"

처음 듣는다는 표정인데 현호는 간다는 뜻으로 알아듣는다. 현호의 표정이 환해졌다.

"응! 단체 활동이란 거 바보같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는 학교에 맞춰줘야지."

시진이는 그때부터 시작된 수련회에 대한 기대에 가득찬 현호의 수다를 귓등으로 들으면서 고개를 끄덕인다. 2박 3일 정도 편하게 지낼 수 있겠군.





"나, 갈거야."
"…응?"

시진이 짓는 당황한 표정에 시도는 일말의 죄책감을 느꼈다. 사실 시진이 시도가 들어오자마자 쪼르르 달려와서 수련회 기간 동안의 계획을 세우자고 매달릴 때부터 미안함은 느끼고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요즘은 반장이라는 직위에 따르는 수많은 잡일에 시달리느라 하교는 물론이고 등교할 때마저 시진과 함께 하지 못했다. 오늘도 수련회 준비 때문에 부반장과 함께 담임 선생님을 따라가다가 내려다본 시진의 뒷모습이 어찌나 쓸쓸해보이는지…. 그 옆에 더럽고 작은 개 한마리가 있었던 것도 같지만 그런건 아무래도 상관없지. 그래서 시진이 담임선생님에게 뭐라고 수련회를 안가겠단 핑계를 둘러댈지 생각해보자는 제안에 단칼에 나는 갈거야, 라고 대답할 때 시도는 가슴이 거의 미어지는 것 같았다.
그리고 시진은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을 느꼈다.

"뭐라고?"
"가야 돼."
"…난 안갈건데?"

시진이 내가 안가는데 너는 간단 말이야? 하는 눈동자로 시도를 빤히 쳐다본다. 시도는 그 시선을 받아내다 못해 결국 외면했다.

"반장이라서… 그리고 재연이랑 이미 간다고 종이 냈어."

시진은 더욱 뜨악해졌다. 재연이라니, 그런 놈의 이름이 여기서 왜 나오는 거야.

"내가 안가는데 걔가 가니까 너도 간다고?"
"왜 그게 그렇게 돼."

두 사람 다 입을 다문다. 시도는 바닥을 쳐다보다가 용기를 내서 시진을 힐끔 훔쳐봤다. 시진은 눈물을 글썽이며 시도를 노려보고 있다. 시도는 다시 바닥으로 눈을 돌렸다.

"나 안갈거야! 그리고 니가 올 때까지 밥도 안 먹고 물도 안 마셔!"

시진은 소리를 빽 지르고 쇼파를 발로 걷어찬 다음에 성큼성큼 뛰어서 자기 방으로 들어가버렸다. 쇼파는 꿈쩍도 하지 않았지만 달려가는 시진은 한쪽 발을 약간 절었다. 아플텐데…. 시도는 시진의 발부터 걱정한다. 그리고나선 쇼파에 털썩 앉았다. 어머니는 언제 돌아오실지 모르고, 아버지는 그야말로 기약도 없다. 어쩌면 자기가 수련회에 떠나버리면 시진은 정말로 2박 3일간 아무것도 안먹고 채광 좋은 자신의 방에서 누워만 있다가 빈혈로 쓰러질지도 모른다. 그럼 안되는데. 그렇다고 이미 가기로 한 수련회를 가지 않을 수도 없다. 게다가 시도는 반장이니까, 반의 모든 인원을 통솔해야 한다. 시도는 이런 저런 고민을 하다가 결국 부딪혀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용기를 내 벌떡 일어나서 시진의 방 문까지 진격했다.
똑 똑.
노크는 했지만 들어갈 생각은 없었다. 시진도 대답이 없다.

"시진아, 같이 가자."

대답은 없다. 그렇지만 사실 시도는 알고 있다. 시진이 시도에게 얼마 버티지 못할 거라는 건.

"우리 처음으로 같은 반 된거야. 쌍둥이라고 매번 다른 반 배정받았잖아. 처음이자 마지막일지도 몰라, 같은 반으로 수련회에 가는 거. 같이 놀러간다고 생각하자. 운동해야한다거나 그런 일 생기면, 내가 무슨 일이 있어도 너는 빼줄게."
"…싫어."

겨우 나온 시진의 짧은 대답에는 소금기가 배여 있다. 시도가 미안해 죽을 것 같다는 표정으로 시진을 쓰다듬듯이 시진의 방 문을 훑어내린다.

"같이 가자. 응? 내가 같이 가고 싶어. 너랑."
"재연인가 뭔가 하는 그 놈은? 너 걔가 더 좋잖아 나보다."

그런거 아닌 걸 알면서도 시진은 비뚤게 나온다. 그렇지만 이게 거의 다 넘어왔다는 증거다. 시도는 시진 모르게 숨 죽여 웃는다.

"걘 친구 많아. 난 너밖에 없잖아."
"거짓말. 너도 친구 많으면서. 너밖에 없는 건 나잖아."

달칵. 문의 잠금이 풀렸다. 시도는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시진은 마치 제가 문을 열어준 게 아닌 것처럼 벽에 기대어 웅크리고 있다. 시도는 그런 시진을 안쓰럽게 바라본다. 작다. 두사람의 키는 같지만 시도는 시진이 너무 작아 안쓰럽다. 말랐다. 두사람의 몸무게도 같지만 시도는 시진이 너무 말라 안쓰럽다. 시도는 시진을 꼬옥 안아줬다.

"가서, 같이 놀자. 재밌게. 알았지?"

시진은 얼굴을 시도의 어깨에 비비어 눈물을 닦아낸다.





그리고 다음날 현호는 시진이 수련회 참가 신청서를 낸 것을 알아내고 교무실에서 "얏호-!" 하고 소리질러 뭇 선생님들의 잔소리를 들어야만 했다.
Posted by 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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